
제주에서 실종자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통화해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기록하고 사건을 종결한 현직 경찰관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해당 경찰관이 맡았던 또 다른 실종사건에서도 비슷한 허위 종결 정황이 확인됐고, 해당 실종자는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실종자 수색 과정뿐 아니라 경찰 내부의 사건 종결과 기록 관리 체계에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제주 경찰관, 실종사건 허위 종결 혐의
제주경찰청은 24일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35)에 대해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하고 관련 기록을 임의로 처리한 정황 등을 확인한 뒤 신병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A경장은 지난 5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장미란씨(37) 사건을 담당하면서 실제로는 통화하지 않았음에도 장씨와 직접 연락해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허위 내용을 기록한 뒤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에서는 A경장과 장씨 사이에 실제 통화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실종자 기록 삭제 정황도 확인
수사 과정에서 A경장이 장씨 사건을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정당한 해제 절차 없이 삭제한 정황도 드러났다. 실종자에 대한 안전 확인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종결하고 관련 시스템 기록까지 처리했다는 점이 수사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장씨는 현재까지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장씨의 행방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 수사에 그치지 않고 국제 공조에도 나섰으며, 제주경찰청은 전날 경찰청에 장씨에 대한 인터폴 황색수배를 요청했다.
인터폴 황색수배는 실종자나 신원미상자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회원국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는 제도다. 경찰청은 사건의 긴급성을 고려해 관련 등록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또 다른 실종사건에서도 유사 정황
이번 사건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A경장이 담당했던 다른 실종사건에서도 비슷한 허위 종결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A경장은 지난 7월 2일 실종 신고가 접수된 60대 남성 B씨 사건에서도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기록한 뒤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내용은 이번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도 포함됐다. B씨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51일 만인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으며, 경찰은 사건이 허위로 종결된 경위와 당시 이뤄진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 실종사건 관리 체계도 도마에
한 명의 경찰관이 담당한 복수의 실종사건에서 허위 종결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실종사건 관리 시스템 자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종자의 안전을 실제로 확인했는지 여부와 사건 해제 과정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을 경우 현장 판단에 따라 사건이 지나치게 쉽게 종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종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실무자가 시스템에 사망 등 실종 해제 사유를 입력하면 상급자 결재 없이 해제가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 별도의 관리자 확인 없이 실무자가 실종사건 종결 과정에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경찰청, 이중 확인 절차 마련
경찰청은 이번 문제가 불거진 뒤인 지난 21일 실종사건 관리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실무자가 실종사건 해제를 요청할 경우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 내용을 직접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중 확인 절차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실종사건의 종결 과정에서 단독 판단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실종자의 안전이 실제로 확인됐는지, 기록에 입력된 내용이 사실과 일치하는지를 관리자가 다시 확인하도록 해 허위 종결 가능성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A경장 수사 확대, 추가 사건 확인될까
A경장은 자신의 긴급체포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제주지법은 이날 오전 11시 A경장에 대한 체포적부심사를 열어 긴급체포가 적법했는지와 체포를 계속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심리하고 있으며, 심리 결과에 따라 석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경찰은 A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담당한 다른 실종사건에서도 허위 종결이나 기록 처리 문제가 있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확인된 두 사건 외에 추가적인 문제가 있었는지가 향후 수사의 중요한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개별 경찰관의 혐의 여부를 넘어 실종사건을 어떻게 확인하고 종결할 것인지에 대한 내부 통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특히 형사사법 제도 변화로 경찰의 수사와 사건 종결 권한이 커진 상황에서 관련 기록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관리하는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현재 장미란씨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인터폴 황색수배 등 국제 공조를 포함해 행방을 찾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숨진 채 발견된 B씨 사건에 대한 조사도 이어지고 있어, A경장이 담당했던 실종사건 전반에서 추가적인 허위 종결이나 기록 처리 문제가 있었는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