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흉기 난동 사건, 최모 씨 위험성 평가와 전자발찌 관리 문제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인천의 대형 상가에서 흉기를 휘두른 최모 씨(59)를 둘러싸고 경찰의 위험성 평가와 재범 관리 체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 씨는 사건 발생 전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됐지만 별도의 위험성 평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흉기 범죄 전력이 있는 피의자를 사전에 어떻게 평가하고 감독해야 하는지,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관련 제도의 실효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천 흉기 난동 전 위험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
보도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달 9일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중 흉기를 꺼내 들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이달 4일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됐다. 그러나 경찰은 최 씨에 대해 별도의 위험성 평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평가를 생략한 이유는 흉기를 시민을 위협하는 데 사용한 것이 아니라 시위 팻말에 구멍을 뚫는 데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행위의 목적과 상황을 고려해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이후 실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면서 당시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됐다.
최 씨는 구속이나 입원 조치 없이 수사를 받던 중 1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대형 상가에서 흉기를 휘둘러 여러 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전 위험성을 평가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찰의 초기 판단과 위험 관리 체계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공장소 흉기 소지 범죄, 하루 약 2건 발생
공공장소 흉기 소지죄는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흉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시행됐다. 흉기를 소지한 채 공공장소를 돌아다니는 행위가 실제 폭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마련된 제도다. 경찰은 올해 1월부터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위험성 평가가 필요한 입건자를 선별하고, 평가 결과를 구속이나 입원 여부 등을 판단하는 데 활용하는 절차를 운영해 왔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공공장소 흉기 소지 사건은 1193건 발생했고, 1164명이 검거됐다. 지난해 4월 제도 시행 이후 관련 범죄가 하루 평균 약 2건 발생하는 수준이라는 점도 보도에서 강조됐다.
검거자 가운데 수사 중지나 성별 미상 사례 등을 제외한 1158명을 살펴보면 51∼60세 남성이 254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과자는 700명으로 전체의 60%를 넘었으며, 이 가운데 전과 9범 이상인 사람은 243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통계는 위험성 평가에서 과거 범죄 이력과 구체적인 행위, 당시 상황을 어떻게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불러오고 있다.
과거 세 차례 흉기 범죄 전력과 판결 내용
보도에 따르면 최 씨는 과거에도 주변인을 흉기로 공격한 혐의로 여러 차례 재판을 받았다. 2004년 9월에는 자신의 원룸 전세 계약을 중개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직원을 흉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이 고려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이 낮아졌다.
2007년 11월에는 동거하던 여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듬해 법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과 최 씨가 범행을 뉘우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15년 2월에는 같은 여성이 재결합 요구를 거절하자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혐의로 다시 재판을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양형 기준상 징역 3년 4개월에서 10년 8개월까지 선고될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법원은 자백과 반성 등을 고려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반복된 흉기 범죄 전력이 이번 사건과 함께 거론되면서 과거 범죄 이력과 재범 위험성을 사전에 평가하는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자발찌 착용 이후에도 남아 있던 감독의 한계
최 씨는 2019년 출소한 뒤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감독을 받아 온 것으로 보도됐다. 법원은 야간 외출 금지와 피해자 접근 금지 등의 준수 사항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보호관찰 당국은 최 씨가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외출하거나 피해자에게 접근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감독했다.
그러나 이러한 준수 사항만으로는 낮 시간대 최 씨의 이동이나 도심 상가 방문을 제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발찌는 대상자의 위치를 확인하고 정해진 준수 사항 위반을 살피는 데 활용되지만, 착용 자체가 모든 외부 활동을 금지하거나 새로운 범죄 가능성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 인력의 부담도 문제로 제기됐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는 5295명으로 전년보다 9.7% 증가했지만, 감독 인력은 234명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직원 한 명이 약 22.6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대상자 증가에 비해 인력이 충분한지, 고위험 대상자를 더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성 평가 강화와 재범 방지 대책이 쟁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된 사람의 위험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흉기를 소지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범죄 전력과 흉기 사용 방식, 위협 대상, 사건 당시 행동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위험성 평가를 위한 체크리스트가 마련돼 있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평가 대상자를 선정하는지, 평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 판단 근거를 어떻게 기록하고 검토하는지가 중요하다. 평가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고, 현장 판단의 적절성을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재범 위험이 높은 범죄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사법기관과 복지 분야의 협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에 대해 보호감호와 같은 보다 강력한 제도를 검토하고, 정신건강 관련 고위험군에 대한 복지기관과 사법기관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감독 강화와 별도로 어떤 조치가 법적으로 가능한지, 대상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의 수사 결과와 당시 경찰의 위험성 판단 과정이 확인되면, 위험성 평가 기준과 전자발찌 감독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