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군 고위 지휘관 5명에게 1심에서 모두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징역 18년, 이진우 전 국군수도방위사령관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문상호·박안수·곽종근 전 사령관도 각각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여인형 징역 18년, 특검 구형은 30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는 21일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군 지휘관들에 대한 1심 선고를 진행했습니다. 재판부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고, 이진우 전 국군수도방위사령관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여인형 전 사령관과 이진우 전 사령관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구형했습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을 비롯해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까지 모두 유죄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실제 병력이 투입됐고,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기 위한 조직이 편성·운영됐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이 같은 행위 대부분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와 관련해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여인형, 정치인 체포조와 선관위 병력 투입 혐의
재판부는 여인형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른바 '반국가 세력 합동 체포조'를 편성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 10여 명을 체포하려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당시 국군방첩사령관으로서 계엄 상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봤습니다.
여인형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과 전산 자료 확보와 관련한 지시를 받고 방첩사 병력을 선관위 등으로 출동시킨 혐의도 받았습니다. 법원은 이와 관련된 행위 역시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군사법원 재판에서 계엄군의 선관위 침투와 관련해 위증한 혐의 역시 재판부가 사실로 인정한 부분에 포함됐습니다. 특히 정치인 합동 체포조와 부정선거 전담 수사단 운영에 관한 내용이 담긴 여 전 사령관의 메모가 사전 모의 정황을 판단하는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과 사전 모의 판단
재판부는 여인형 전 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사전에 여러 차례 모임을 가지면서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이 위법하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계엄 선포 이후 지시에 따라 움직인 것이 아니라 사전에 관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본 것입니다.
특히 재판부는 여 전 사령관의 메모와 당시 지휘 체계, 병력 이동 등을 종합해 정치인 체포조와 부정선거 관련 수사단 운영 등에 관한 사전 논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여인형 전 사령관에게는 다섯 명 가운데 가장 무거운 징역 18년이 선고됐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주목한 부분은 계엄 당시 군의 움직임이 개별적인 명령 수행에 그쳤는지, 아니면 헌법기관의 기능을 제한하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적인 행동이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토대로 주요 혐의가 유죄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진우 15년, 국회 병력 출동 지시 유죄
이진우 전 국군수도방위사령관에게는 징역 15년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수방사 병력이 국회로 출동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특히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기 직전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이를 부대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군 병력이 국회에 배치된 경위도 주요 판단 대상이 됐습니다.
이진우 전 사령관에게 내려진 징역 15년은 특검이 구형한 징역 30년보다는 낮은 형량이지만, 법원은 그의 행위가 비상계엄 당시 군 병력의 국회 투입과 직접적으로 연결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전 사령관 역시 실형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박안수·문상호·곽종근도 모두 징역형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박 전 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서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경찰청장에게 국회 봉쇄 지시를 전달하는 등 계엄 상황에 가담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박안수 전 총장은 당시 자신의 행동이 윗선으로부터 강요받은 것이었다는 취지로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군사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육군참모총장으로서 당시 상황이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음에도 별도의 건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판단했습니다.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는 징역 12년이 선고됐습니다. 문 전 사령관은 계엄 사전 모의에 가담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징역 9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자신의 혐의를 인정해왔지만, 국회와 더불어민주당 당사, 선관위 과천청사 등에 특전사 병력을 출동시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 “군의 정치적 중립성 저버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12·3 비상계엄 당시 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 점을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내란죄의 중대성을 언급하면서 군이 특정 세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됐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이들이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리고 특정 세력을 위해 군을 정치적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군 병력이 국회와 선관위 등에 투입된 행위가 단순한 지휘 체계상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 질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이라고 본 것입니다.
이번 1심 판결로 12·3 비상계엄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전직 군 지휘관 5명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게 됐습니다. 여인형 전 사령관 18년, 이진우 전 사령관 15년, 문상호 전 사령관 12년, 박안수 전 총장 10년, 곽종근 전 사령관 9년으로 형량이 각각 결정됐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은 1심 판단인 만큼 향후 항소 여부와 상급심 판단에 따라 법적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 역시 선고 결과와 관련해 항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앞으로 항소심에서 각 피고인의 혐의와 형량이 어떻게 다뤄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