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의장 방시혁(53)씨가 이른바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방씨는 15일 오전 9시 50분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정장을 입고 굳은 표정으로 나타난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혐의 인정 여부나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방씨가 받고 있는 의혹은 주식시장에서의 ‘사기적 부정거래’다. 경찰과 금융감독원은 방씨가 특정 시점에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지시하고, 투자자들에게 과장된 정보나 허위성 발언을 전달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하이브는 최근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 해외 투자 확대, 신사업 발표 등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주가가 요동쳤는데, 이 과정에서 고의적인 주가 부양이 있었는지 여부가 수사의 핵심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하이브 경영진의 거래 내역을 정밀 분석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금감원은 당시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고, 경찰은 곧바로 관련자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수사를 확대했다. 방씨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공식 조사에 응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조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추가 소환이나 관련자 조사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방씨가 실제로 거래 과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내부 정보 이용이나 허위 공시 등이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방씨가 직접 수사기관에 출석하면서 K-팝 산업을 대표하는 대형 기획사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브는 BTS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아티스트를 다수 보유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최근에는 음악뿐만 아니라 게임·IP·플랫폼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하이브는 최근 북미와 일본에서의 신규 투자, K-팝 IP를 활용한 테마파크 사업,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위버스' 확장 등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의혹이 장기화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이나 신규 프로젝트 지연 등 부정적 파장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방씨의 경찰 출석 소식이 알려지자 하이브 주가는 개장 직후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수사를 통해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방씨에 대한 조사는 하루 종일 이어질 예정이며, 경찰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소환이나 신병 처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결과에 따라 사건은 검찰로 송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팝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총수가 ‘사기적 부정거래’라는 중대한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만큼,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투명성과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