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양식품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평가액이 약 4개월 만에 크게 늘어나면서 회사의 달라진 자금 운용이 주목받고 있다. 삼양식품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 등 상장주식에 단순투자 목적으로 자금을 넣었고, 삼성전자에서는 4억6000만원이 넘는 평가이익이 발생했다. 다만 삼양식품의 현금 곳간과 비교하면 주식투자 규모는 일부에 불과하며, 실제 성장의 중심에는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판매 확대와 중국 생산기지 구축이 자리하고 있다.
삼양식품 삼성전자 투자, 4개월 만에 평가액 급증
삼양식품은 지난 3월 6일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 한국금융지주 주식을 한꺼번에 취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주식의 투자 목적은 모두 단순투자였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결과를 낸 종목이 삼성전자다.
삼양식품은 삼성전자 주식 3188주를 약 5억9995만원에 매입했다. 주당 평균 취득가는 약 18만8190원이었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면서 6월 30일 기준 장부가액은 10억6479만원으로 증가했다.
취득금액과 비교하면 약 4억6484만원, 비율로는 77.5% 늘어난 규모다. 다만 이 금액은 주식을 실제로 매각해 확정한 수익이 아니라 결산일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미실현 평가이익이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 투자 성적은 엇갈려
삼성전자 주가가 이후 조정을 받으면서 평가액도 변했다. 지난 18일 삼성전자 주가는 26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삼양식품이 보유 주식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평가액은 약 8억5600만원 수준이다.
6월 말 장부가액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 감소했지만 최초 투자금액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2억5600만원, 42.7%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투자는 결산 시점 이후 주가 변동에 따라 평가이익 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 투자라는 점이 핵심이다.
같은 날 매입한 자동차 관련 종목의 상황은 달랐다. 삼양식품은 현대차 1103주를 5억9961만원에, 기아 3645주를 6억605만원에 취득했다. 그러나 6월 말 장부가액은 각각 5억4599만원과 5억301만원으로 줄어 취득금액보다 각각 8.9%, 17.0% 낮아졌다.
한국금융지주는 상반기 중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반기보고서에는 한국금융지주 주식과 관련한 당기손익으로 1932만원이 반영됐다. 같은 시기에 약 18억원을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에 투자했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종목별 성과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상장주식보다 더 커진 삼양식품 현금 곳간
삼양식품의 상장주식 투자가 올해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회사는 현대지에프홀딩스 주식 20만9396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초 취득금액은 약 35억9786만원이다. 6월 말 장부가액은 약 33억1265만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4월 취득한 현대그린푸드 주식 11만1158주의 최초 취득금액은 약 8억590만원이었다. 그러나 6월 말 장부가액은 18억4078만원으로 늘어나 최초 취득금액의 두 배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 현대지에프홀딩스, 현대그린푸드를 합친 주요 상장주식의 6월 말 장부가액은 약 72억7000만원이다. 숫자만 보면 상당한 규모지만 삼양식품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비교하면 비중은 크지 않다.
삼양식품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2년 말 96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6306억원으로 늘었다. 약 3년 반 동안 6.5배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말 3328억원과 비교해도 올해 상반기에만 89.5% 증가했다.
불닭볶음면이 만든 현금과 회사채 조달
현금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한 본업의 성장세가 있다. 삼양식품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703억원, 영업이익은 176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9.3%, 46.7% 증가했다.
특히 해외사업의 비중이 높아졌다. 2분기 해외 매출은 645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3.8%를 차지했으며, 분기 해외 매출이 6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매출은 2036억원, 중국 매출은 1810억원, 유럽 매출은 80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증가분을 모두 불닭볶음면 판매로 벌어들인 현금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삼양식품은 지난 4월 회사채 발행 규모를 당초 15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렸다.
조달한 자금 가운데 1300억원은 원주공장 스프 제조설비 등 시설자금에 투입할 예정이며, 200억원은 법인세 납부 등을 포함한 운영자금으로, 500억원은 기존 은행 차입금 상환에 배분했다. 본업의 현금창출력이 커지는 동시에 회사채를 활용해 생산능력 확대에도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다.
삼양식품의 진짜 승부처는 중국 생산기지
삼성전자 투자 성과가 눈길을 끌고 있지만 삼양식품이 더 큰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곳은 생산능력 확대다. 대표적인 사례가 첫 해외 생산기지인 중국 저장성 자싱공장이다.
삼양식품은 당초 자싱공장에 6개 생산라인을 설치해 연간 최대 8억4000만개의 불닭볶음면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이후 생산라인을 8개로 확대하면서 연간 생산능력을 11억3000만개 수준으로 높였다.
자싱공장에는 봉지면 생산라인 6개와 용기면 생산라인 2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모두 중국 내수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며, 완공 목표 시점은 2027년 1월이다.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현재 국내 생산능력과 비교해 삼양식품의 전체 생산능력이 약 4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현지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할 경우 물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현지 소비자의 수요 변화에도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식투자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생산 확대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 투자 수익보다 삼양식품 본업의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삼양식품이 글로벌 라면 업체 가운데 높은 외형 성장과 영업이익률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고, 2027년부터 자싱공장이 가동되면 추가적인 공급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00만원을 유지했다.
삼양식품의 상장주식 투자는 현금이 크게 늘어난 기업이 여유자금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주요 보유 상장주식의 장부가액이 약 72억7000만원이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306억원에 달해 상장주식 투자 규모는 전체 현금 곳간의 약 1.2%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투자에서 약 4개월 만에 4억6000만원이 넘는 평가이익이 발생한 것은 분명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러나 삼양식품의 기업가치를 좌우할 가능성이 큰 부분은 금융상품 투자보다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판매와 생산능력 확대에 있다.
앞으로 시장이 주목할 부분은 중국 자싱공장이 계획대로 2027년 1월 완공되고 실제 생산에 들어가는지 여부다. 연간 11억3000만개에 달하는 생산능력이 확보되는 만큼 중국 현지 수요가 이를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는지도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 생산기지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경우 삼양식품의 글로벌 사업 규모는 한 단계 더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생산능력이 늘어난 만큼 실제 판매가 뒷받침되는지도 향후 실적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삼양식품 삼성전자 투자 성적은 단기간에 상당한 평가이익을 보여줬지만, 회사가 더 큰 승부를 걸고 있는 분야는 결국 라면 생산과 해외시장 확대다. 늘어난 현금과 회사채를 바탕으로 생산시설에 투자하고 중국까지 생산 거점을 넓히는 전략이 실제 매출과 이익 성장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가 다음 실적에서 확인할 핵심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