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무조정을 받는 취약계층이 성실 상환할 경우 5%만 갚으면 잔여 채무를 면제받는 ‘청산형 채무조정’이 확대된다. 미성년 상속자도 새롭게 제도 대상에 포함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서민금융·채무조정 현장 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밝혔다.
청산형 채무조정 대상·금액 확대
‘청산형 채무조정’은 사회취약계층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받고, 조정된 채무의 절반 이상을 3년 이상 상환하면 잔여 채무를 면제받는 제도다. 즉, 원금 기준으로 5%만 갚으면 빚이 탕감된다.
현재 지원 대상은 채무 원금 1500만원 이하지만, 정부는 새도약기금 사례 등을 감안해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빚을 탕감해주는 제도다.
미성년 상속자도 채무조정 대상 포함
이번 개선안에는 미성년 상속자가 새로 포함된다. 그동안 기초생활수급자, 고령자, 중증장애인만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미성년 상속자도 3년 이상 일정 금액을 성실히 갚으면 남은 채무를 탕감받을 수 있다.
이는 부모의 빚을 상속받아 연체·추심에 시달리는 미성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범죄 피해자 예외 인정
또한 금융범죄 피해자의 경우, 최근 신규 대출 비중이 높더라도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기존에는 고의적 상환 회피를 막기 위해 신청 직전 6개월 내 신규 대출이 전체 채무의 30%를 넘으면 조정이 제한됐지만, 금융범죄 피해자는 예외로 인정된다.
채권사 의결권 제한 등 추가 개선
채무조정 확정 시 채권금융회사의 의결권 기준을 ‘채권 총액’에서 ‘채권 원금’으로 바꿔 대부업체의 과도한 영향력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와 함께 초고금리 등 반사회적 대부계약의 무효화 홍보 강화, 서민금융 접근성 확대 등도 주요 개선 과제로 논의됐다.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한 입장
일각에서는 과감한 채무조정이 도덕적 해이나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용카드 사태 이후 20년 넘게 채무조정이 이어졌지만 도덕적 해이 문제는 크지 않았다. 실업·질병 등 예기치 못한 요인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이라면 채무감면은 바람직한 사회적 조치다.”
“서민금융은 시장의 불완전성 보완 역할”
이 위원장은 또 “금융회사의 신용평가가 완벽하지 않아 7~15% 금리대에서는 돈을 빌리기 어려운 ‘금리 단층’이 생긴다”며 “저신용·취약계층은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기계적으로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서민금융은 시장의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공적 장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