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민당국, 한국인 300여 명 체포…기업 투자 차질 불가피
미국 이민당국이 한국인 300여 명을 체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의 발 빠른 대처로 구금된 인원 모두 자진 출국 수순을 밟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현지 공장 건설에 심각한 차질을 겪게 됐다. 그간 탈법적으로 운영되던 직원 현지 파견 관행 역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이 현지 공장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미국인을 적정 임금에 고용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인을 파견하려 해도 제도상 난관이 있다. 대기업의 장기 파견 인력은 그나마 주재원 비자(E-2 또는 L-1)를 받을 수 있지만 협력사의 단기 인력은 정식 비자를 발급받기 까다롭다. 그래서 한국 기업은 편법적으로 비이민 단기 상용비자(B-1)나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로 입국한 한국인에게 일을 시켰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1990년대 이래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빠르게 감소했다. 자유무역을 주창했던 경제학자들은 수입 경쟁에서 밀린 노동자들이 다른 지역이나 산업으로 옮겨가 더 높은 소득을 얻을 것이라 믿었지만, 이는 현실에서 빗나갔다. 특히 백인 노동자 계층은 무역 충격과 더불어 이민자 유입으로 임금 상승이 억제되는 경험을 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가지 처방을 내렸다. 첫 번째는 무역 자체를 줄이려는 관세 정책, 두 번째는 이민자 유입 차단이었다. 농업과 건설업은 미등록 외국인 의존도가 높지만,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지지층을 만족시키는 카드였다. 이번 이민 단속은 “미국에 진출할 땐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강력한 경고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한국인 노동자를 신속히 귀국시킨 것까진 성공했지만 더 큰 과제가 남아 있다. 이번에 피해가 컸던 협력사 위주로 정식 비자 발급을 지원하고, 미국과 협의해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기업 사정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대미 투자가 인력 파견과 결합할 때 미국도 혜택을 얻는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또한 EU, 일본과 공조하거나 APEC 정상회의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투자와 비자 발급을 패키지로 묶는 방안을 관철한다면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국제경제의 재편 속에서 정부가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