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수면 시간이 지나치게 짧거나 길 경우 뇌와 심장, 폐 등 주요 장기의 노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가장 건강한 수면 시간은 하루 약 6.4~7.8시간이라는 분석이 공개되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연구팀, 50만 명 데이터로 ‘장기 노화’ 분석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약 50만 명의 건강 데이터를 활용해 장기별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AI 기반 ‘노화 시계’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3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참가자들의 혈액 검사와 의료 영상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특정 장기가 실제 나이보다 얼마나 빠르게 늙고 있는지를 수치화했다.
“7시간 전후가 가장 건강”…수면 시간 따라 노화 달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수면 시간과 장기 노화 속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뚜렷한 ‘U자형 패턴’이 나타났다.
하루 6.4~7.8시간 수면을 취한 사람들의 장기 노화 속도가 가장 낮았다. 반면 6시간 미만으로 자거나 8시간 이상 과도하게 잠을 자는 경우 노화 지표가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은 특정 장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뇌와 심장, 폐, 면역계 등 신체 전반에서 비슷한 패턴이 확인됐다.
“잠 부족하면 우울·당뇨·심장질환 위험도 증가”
연구에서는 수면 시간과 각종 질환 사이의 연관성도 드러났다. 특히 수면 부족은 우울 삽화와 불안장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만과 제2형 당뇨병,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 부정맥 위험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짧은 수면과 과도한 수면 모두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폐·위 건강까지 영향…“잠 많아도 안심 못 한다”
수면 시간이 지나치게 짧거나 긴 경우 모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과도 연관이 있었다. 위염과 위식도역류질환 같은 소화기 질환 위험 역시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연구팀은 “과수면 역시 단순 휴식이 아니라 건강 악화의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잠을 오래 잔다고 무조건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노년기 우울증도 경로 달랐다…“같은 병이어도 원인 다를 수 있다”
연구팀은 노년기 우울증에 대해서도 별도 분석을 진행했다. 수면 부족은 우울증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과도한 수면은 뇌와 지방 조직의 노화를 거쳐 간접적으로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질환이라도 수면 패턴에 따라 생물학적 경로가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준하오 원 조교수는 “수면은 대사 균형과 면역계를 포함한 뇌-신체 네트워크 전반에 깊게 관여한다”며 “단기 수면자와 장기 수면자는 같은 질환이 생겨도 치료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오래 자는 것보다 규칙적이고 적정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 관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