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나도 꽂혔다! 유선 이어폰부터 CD까지, Z세대가 다시 찾는 레트로 테크

Z세대 사로잡은 레트로 테크, CD·유선 이어폰·디카의 화려한 귀환
무선 이어폰과 음원 스트리밍, 스마트폰 카메라에 밀려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던 레트로 테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CD플레이어와 유선 이어폰,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과거의 기기들이 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 아이템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가성비와 사용 경험, 개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레트로 테크의 부활을 이끌고 있습니다.
CD와 CD플레이어가 다시 인기
최근 레트로 테크 열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CD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 감상의 중심이 된 상황에서도 실물 음반을 직접 구매하고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소비가 다시 늘고 있습니다.
영국 백화점 존 루이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CD플레이어 검색량은 96% 급증했습니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요 모델이 품절되는 현상까지 나타났으며, 영국 음반 유통업체 HMV의 CD 판매량 역시 전년보다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루미네이트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미국 CD 판매량은 1630만 장으로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바이닐, 즉 LP의 증가율은 2.4%에 그쳐 CD의 성장세가 훨씬 두드러졌습니다.
K팝 굿즈 문화가 실물 음반 소비 견인
CD의 부활을 단순히 과거 음악 매체에 대한 향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K팝 시장에서는 CD가 음악을 담는 매체를 넘어 포토카드와 화보집 등 다양한 굿즈가 함께 들어 있는 소장용 콘텐츠로 변화했습니다.
글로벌 K팝 팬덤의 소비 방식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같은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더라도 앨범을 직접 구입하고 구성품을 모으는 과정 자체가 팬 활동의 일부가 되면서 CD의 문화적 가치가 달라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의 CD 소비는 과거와 성격이 다릅니다. 음악을 듣기 위해 반드시 CD를 구매해야 했던 시대와 달리, 현재 소비자들은 스트리밍이라는 편리한 선택지가 있음에도 실물 앨범이 주는 소유감과 수집의 재미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줄이어폰, 불편함 대신 패션 아이템으로
음악 감상과 관련한 또 다른 변화는 유선 이어폰의 귀환입니다. 한동안 블루투스 무선 이어버드가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케이블이 달린 줄이어폰이 오히려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으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카카오스타일 지그재그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유선 이어폰 등록 상품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했습니다. 줄이어폰 관련 상품 역시 같은 기간 195% 늘어나면서 실제 상품 시장에서도 관련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유명 스타들의 스타일링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방탄소년단(BTS) 뷔, 에스파 카리나, 블랙핑크 제니 등 국내외 톱스타들이 유선 이어폰을 자연스럽게 착용한 모습이 공유되면서 케이블 자체가 스타일을 완성하는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가성비와 편의성이 레트로 테크의 강점
레트로 테크가 다시 인기를 얻는 데에는 감성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CD와 유선 이어폰은 고가의 무선 이어폰이나 LP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습니다. 특히 유선 이어폰은 별도의 배터리 충전이 필요하지 않고, 무선 제품처럼 충전 상태를 걱정하거나 분실을 우려해야 하는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음질 측면에서도 유선 연결이 주는 안정성이 장점으로 거론됩니다. 편의성에서는 최신 무선 기기가 앞서지만, 충전과 연결 과정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단순함이 오히려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시장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미국 유선 헤드폰·이어폰 시장 매출은 5년 만에 반등했으며, 올해 초에는 전년 동기 대비 20%의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디지털 피로에서 벗어나려는 Z세대
레트로 테크의 인기는 경제성과 실용성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끊임없이 알림을 받고 알고리즘의 추천을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심리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음악을 들을 때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곡을 선택하는 것과 직접 CD를 꺼내 플레이어에 넣는 것은 경험의 방식이 다릅니다. 사진 역시 스마트폰으로 찍은 뒤 즉시 보정하고 공유하는 것과 구형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 특유의 색감과 질감을 남기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특히 구형 디카에서 나타나는 완벽하지 않은 색감과 이미지의 불완전함은 단점이 아니라 개성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최신 스마트폰처럼 선명하고 깨끗한 결과물을 만드는 대신 조금은 거칠고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를 즐기는 것입니다.
이런 소비 방식에는 자신의 선택으로 경험을 만들어간다는 감각도 담겨 있습니다. 자동 추천과 실시간 공유에 익숙한 환경에서 직접 기기를 선택하고 음악을 재생하고 사진을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Z세대에게는 특별한 문화적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유행을 넘어 새로운 문화 아이템으로
CD플레이어, 유선 이어폰,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이른바 레트로 테크의 공통점은 최신 기술과 정반대의 방식으로 소비된다는 데 있습니다. 더 빠르고 편리한 제품이 등장하면서 한때 불필요해졌다고 여겨졌던 기능과 디자인이 오히려 차별화된 경험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유선 이어폰의 선은 과거에는 걸리적거리는 불편함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테크 주얼리'처럼 스타일링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CD 역시 음악을 듣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앨범과 포토카드, 화보집 등을 함께 소장하는 콘텐츠로 변화했습니다.
결국 레트로 테크의 부활은 단순한 복고 열풍과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Z세대는 과거의 제품을 그대로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재해석하고 있으며, 가성비와 실용성은 물론 소유와 수집, 패션과 경험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디지털 기술이 더 편리해질수록 반대로 직접 만지고 선택하는 아날로그적 경험의 가치가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CD플레이어와 유선 이어폰을 비롯한 레트로 테크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 잡을지, 그리고 디지털카메라와 MP3 플레이어 같은 다른 기기들까지 이 흐름에 합류할지 관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