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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 바닥 드러낸 극한 가뭄, 전국 물그릇도 비상

crystal_14 2026. 8. 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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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말라붙으면서 극한 폭염에 이어 극한 가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강수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기록적인 고온까지 겹치면서 물이 빠르게 증발하는 ‘돌발가뭄’이 나타난 것입니다. 특히 전국 저수지의 99% 이상이 과거 기준에 맞춰 설계된 것으로 나타나 기후변화에 대응한 수자원 인프라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남저수지 바닥 드러낸 극한 가뭄

11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마룡마을에서 바라본 주남저수지는 물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습니다. 저수지 바닥 곳곳에는 갈라진 흙이 드러났고, 물속에 있어야 할 연꽃 뿌리와 어망까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닥에 발을 내디디면 흙먼지가 일어날 정도로 건조한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주남저수지가 이처럼 빠르게 마른 데에는 적은 비와 높은 기온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달 의창구 북창원 기상관측소에서 기록된 강수량은 59.1mm로 역대 가장 적었고, 평균기온은 28.9도로 역대 가장 높았습니다.

마룡마을 주민들은 농업용수 부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김태진 마룡마을 이장은 수십 년 동안 이렇게 규모가 큰 저수지의 바닥이 거의 보일 정도로 마른 적은 없었다며,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벼와 단감 농사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번 상황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일반적인 가뭄과 달리 짧은 기간에 수자원이 급격히 줄어드는 ‘돌발가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강수량 부족에 기록적인 폭염이 더해지면서 물이 저장되는 속도보다 소모되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 특징입니다.

저수지 99% 이상, 과거 가뭄 기준으로 설계

문제는 현재의 물 관리 시설이 달라진 기후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저수지 3422곳 가운데 3408곳, 전체의 99.6%가 1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가뭄을 기준으로 설계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과거에는 10년에 한 번 발생하는 수준의 가뭄을 심각한 자연재해로 보고 수자원 시설의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폭염과 강수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늘면서 기존 기준만으로는 극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저수지는 상황이 더욱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국 1만3000여 곳에 달하는 지자체 관리 저수지 대부분은 약 3년 정도의 가뭄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지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의 기후 통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시설이 앞으로도 같은 수준의 기후 위험을 견딜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가뭄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달라지고 있다면 저수지의 용량과 운영 방식, 비상용수 확보 체계 역시 최근 기후 자료를 반영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남부 지역 댐도 가뭄 단계 진입

저수지만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 8개 댐도 가뭄 단계에 들어간 상태이며, 해당 댐들은 모두 남부 지방에 집중돼 있습니다. 경북 운문댐은 가뭄 대응 단계 가운데 가장 높은 ‘심각’ 단계에 진입했고, 전북 섬진강댐과 경남 밀양댐은 ‘경계’ 단계에 놓였습니다.

경북 성덕댐과 안동댐, 임하댐, 영천댐, 전남광주 동복댐도 ‘주의’ 단계 상황입니다.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적은 강수량이 이어진 가운데 기록적인 폭염까지 겹치면서 저수지와 댐의 수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폭염은 가뭄을 더욱 빠르게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낮에는 강한 햇볕과 낮은 습도의 영향으로 지표에서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고, 밤에도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으면 증발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기상청 역시 폭염으로 증발량이 증가하면서 ‘폭염형 급성가뭄’이 나타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비가 적게 오는 것만으로 가뭄이 심해지는 것이 아니라 높은 기온이 물의 손실을 가속하면서 단기간에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남저수지의 상황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강수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폭염이 이어지면서 저수지에 들어오는 물은 줄고 자연 증발량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낙동강 물 끌어오고 비상 급수까지

가뭄이 심해지자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은 당장 필요한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습니다. 농어촌공사 창원지사는 지난달 말부터 낙동강 물을 하루 5만t 이상 끌어와 주남저수지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조치 덕분에 주남저수지 저수율은 약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폭염 속에서는 하루 최대 1만4000t의 물이 자연적으로 증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을 공급하는 동시에 상당한 양의 물이 빠져나가는 상황인 만큼 폭염이 계속되면 저수율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상 대응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남광주 영광군은 가뭄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농어촌공사와 군부대 등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취약 농경지와 도서·산간 지역에 비상 급수 차량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현재의 대응은 당장의 물 부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가뭄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단순한 비상 급수만으로는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 장기적인 수자원 관리 대책이 필요합니다.

9월까지 폭염과 적은 비 이어질까

앞으로의 날씨도 가뭄 상황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입니다. 특히 9월까지 폭염이 이어지고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경우 현재 가뭄 지역이 더 넓어지고 피해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전국 평균기온은 29.1도로 2018년과 함께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강수량은 10.1mm에 그쳐 평년의 7.3%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 높은 기온까지 이어지면 가뭄의 강도는 빠르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9월까지 지속될 경우 가뭄 강도가 20년에 한 번 발생할 정도의 수준으로 심화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뭄은 비가 내리는 시점과 양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당장 충분한 비가 내린다면 저수지와 댐의 수위가 회복될 여지가 있지만, 적은 비와 고온이 계속된다면 물 부족이 농업 생산량과 지역 생활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집니다.

기후변화에 맞춘 물그릇 정비 필요

이번 극한 가뭄이 던지는 가장 큰 과제는 수자원 인프라의 기준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입니다. 현재 많은 저수지가 과거의 기후 조건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는 만큼 최근 나타나는 극한 폭염과 급성가뭄을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시설과 운영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상 자료를 토대로 댐과 저수지의 설계 기준을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저장 용량을 늘리는 문제뿐 아니라 가뭄이 발생했을 때 물을 어느 지역으로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하천과 저수지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까지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기후변화로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과거처럼 강수량만을 기준으로 가뭄을 판단할 경우 고온에 따른 증발량 증가라는 변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남저수지의 바닥이 드러난 모습은 단순히 한 지역의 농업용수 부족을 보여주는 장면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록적인 폭염과 적은 강수량이 겹칠 경우 기존 수자원 시설이 예상보다 빠르게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관심 포인트는 실제 강수량입니다. 9월까지 비가 얼마나 내리는지에 따라 현재의 가뭄이 완화될 수도 있고, 반대로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될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정부와 지자체가 현재의 비상 급수 중심 대응에서 나아가 기후변화를 반영한 물그릇 정비에 얼마나 속도를 낼지도 지켜볼 부분입니다.

주남저수지를 비롯한 남부 지역의 물 부족 상황은 폭염과 가뭄이 더 이상 별개의 재난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며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강수량과 기온 변화, 주요 댐과 저수지의 저수율, 농업용수 확보 상황이 극한 가뭄의 향방을 가를 핵심 지표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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