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5만가구 공급, 서울 소규모 국공유지까지 총동원

정부가 이달 발표할 예정인 수도권 5만가구 규모 주택 공급대책을 앞두고 서울 도심의 소규모 국공유지와 공공기관 사옥까지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택지가 부족해지면서 LH 서울지역본부 사옥과 국립산림과학원, 서울소년분류심사원 등 기존에는 주택 공급 후보로 주목받지 않았던 부지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수도권 5만가구 공급을 현실화하기 위해 도심복합사업과 개발제한구역 해제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되면서 향후 공급 속도와 실제 물량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 도심 소규모 부지까지 공급 후보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수도권 전역에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소규모 부지를 살펴보고 있다. 과거 주택 공급대책이 수천 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공택지나 재건축·재개발 중심으로 마련됐다면, 이번에는 100가구 이하를 공급할 수 있는 작은 부지까지 검토 범위에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도심에 위치한 공공기관 청사도 새로운 후보로 떠올랐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LH 서울지역본부 사옥은 청년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약 2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이 예상된다. 공급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강남 도심 한복판에 공공기관 사옥을 주거시설로 전환한다는 상징성이 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국립산림과학원 일대와 경기 안양시 호계동 서울소년분류심사원 부지도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기존 국가시설이나 공공기관이 사용하던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이 확대되면서 수도권 주택 공급의 대상지가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왜 작은 국가시설 부지까지 찾고 있나
가장 큰 이유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단기간에 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신규 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전에 발표한 공급대책에서 도심 유휴부지와 각종 공공부지를 상당 부분 활용하면서 추가 물량을 확보하려면 새로운 후보지를 계속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노후 세무서나 우체국처럼 오래된 국가 청사도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단독으로 사용하던 저층 청사를 통합하거나 복합개발하면 기존보다 효율적으로 토지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된 국가 청사가 835개에 달한다는 점도 정부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과거에도 소규모 공공부지를 활용한 사례는 있었다. 지난 1월 발표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는 47가구 규모의 용산우체국 부지가 포함됐고, 종로 복합청사와 양천구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부지도 공공주택 용지로 검토된 바 있다. 광명세무서를 복합개발해 133가구를 공급하는 방안도 국토부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다만 작은 부지라고 해서 곧바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 청사나 연구시설이 위치한 토지는 행정재산인 경우가 있어 주택 개발에 앞서 용도폐지 절차가 필요하다. 해당 부지를 관리하는 부처가 다른 활용 계획을 갖고 있다면 관계기관 협의도 거쳐야 한다.
수도권 5만가구 공급의 핵심은 대형 후보지
정부가 소규모 부지를 광범위하게 살펴보고 있지만 수도권 5만가구 공급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대형 후보지와 도심복합사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수십 가구에서 수백 가구가 나오는 작은 부지만으로는 전체 공급 규모를 빠르게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달 발표될 대책에는 대형 국공유지와 기존 공급 후보지의 사업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공유지 가운데에서는 LH 여의도 부지가 후보로 언급되고 있으며, 강남·서초·송파를 포함한 도심복합사업 대상지와 영등포·구로·금천의 준공업지역, 폐교 부지도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과천 경마장 부지와 용산국제업무지구, 노원구 태릉CC 등 기존에 공급 후보지로 거론됐던 곳들도 사업 일정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이 주목된다. 새로운 부지를 선정하는 것뿐 아니라 이미 발표된 사업을 얼마나 빠르게 실제 주택 공급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도심복합사업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을까
도심복합사업은 새로운 대규모 택지를 확보하지 않고도 기존 도심의 토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역세권이나 저층주거지 등을 대상으로 공공이 사업을 추진하고 용적률을 높여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어서 서울처럼 가용 토지가 부족한 지역에서 활용도가 높다.
특히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한 곳에서 수백 가구에서 수천 가구까지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규모 공공부지와 역할이 다르다. 정부가 여러 유형의 부지를 동시에 검토하는 것도 한 가지 공급 방식만으로는 수도권 5만가구라는 목표를 채우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H 역시 이달 공급대책을 앞두고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H 수도권정비사업특별본부는 지난 3일 2026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관련해 서울 9곳의 공모를 사전예고했다.
대상에는 상봉역과 용마산역, 약수역 인근 역세권 3곳을 비롯해 준공업지역 한 곳과 장위12구역, 수유12구역 등 저층주거지 5곳이 포함됐다. 창2동 주민센터와 불광동, 불광근린공원, 상봉터미널 인근도 대상지로 거론되면서 서울 도심 곳곳에서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되는 이유
도심에서 활용 가능한 부지를 최대한 찾는 것과 함께 정부는 공급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 이른바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도 고심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도심 소규모 부지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활용은 주택 공급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발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환경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실제 대책에 어느 지역이 포함되고 어느 정도 규모로 개발이 추진될지는 정부의 최종 발표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공급대책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후보지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소규모 국가시설은 용도 변경과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하고, 도심복합사업 역시 주민 동의와 사업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발표된 공급 물량이 실제 입주 물량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지가 관건
수도권 5만가구 공급대책의 성패는 발표되는 후보지의 숫자보다 실제 공급 속도에 달려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사옥과 국가시설, 소규모 국공유지까지 총동원하는 것은 그만큼 서울 도심에서 주택을 공급할 토지가 부족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소규모 부지는 입지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기존 도심에 위치한 경우 생활권과 교통망을 이미 갖춘 곳이 많아 주거시설이 들어설 경우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기 쉽다. 반면 부지 규모가 작아 공급 가구 수가 제한적이고, 시설 이전이나 행정 절차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대형 후보지와 도심복합사업은 반대로 한 번에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지만 사업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소규모 부지와 대규모 후보지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공급 물량을 확보하려는 배경에는 서로 다른 사업 방식의 장단점을 보완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은 정부가 이달 발표할 수도권 5만가구 공급대책에 실제로 어떤 부지를 확정하고, 각 후보지에서 언제까지 어느 정도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제시하느냐다. 서울지역본부 사옥 같은 공공기관 청사부터 역세권 도심복합사업, 대형 국공유지와 그린벨트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진 만큼 구체적인 후보지와 사업 일정이 공개되면 수도권 주택시장에도 적지 않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대책의 핵심은 새로운 공급 후보지를 얼마나 많이 찾느냐를 넘어, 발표된 계획을 얼마나 신속하게 실제 주택으로 연결하느냐에 있다. 수도권 5만가구 공급이 시장에서 실질적인 공급 확대 효과로 이어질지는 향후 후보지 확정과 인허가, 착공 및 입주 일정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진행되는지에 따라 판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